박인비: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킨 올림픽

공이 홀 컵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골프 역사의 새 장이 열렸습니다. 올림픽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유일한 챔피언, LPGA 그랜드 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달성한 최초의 골프 선수가 탄생한 것입니다.

2016년 초반만 하더라도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지난 8년간 7번이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였습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둔 두 달간은 흐름이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박인비는 엄지 손가락 부상 때문에 최고 수준의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었고 메이저 대회에도 두 번이나 불참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녀의 경쟁 상대인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 (뉴질랜드), 중국의 펑샨샨, 대표팀 동료 양희영을 비롯해 수많은 선수들이 116년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여자 골프 금메달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인비의 금메달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고, 많은 팬들도 그녀의 부상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하자 그런 걱정은 모두 기우로 밝혀졌습니다. 박인비는 1라운드를 2위로 마쳤고 2라운드, 3라운드에서는 거침 없이 선두를 질주했습니다. 브라질의 그린 위에서 '포커페이스' 박인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최종 라운드에서 펑샨샨과 리디아 고가 날카로운 퍼팅을 앞세워 추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박인비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박인비는 7개의 버디와 5개의 파를 기록하며 최종 스코어 16언더파 258타로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박인비는 올림픽 타이틀 방어와 집에서 지내고 있는 시간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도쿄2020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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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올림픽을 경험해 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2016년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금메달을 안겨준 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골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해이기도 합니다. 부상도 있었고, 처음 맞이하는 올림에 대한 부담감도 심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 심리적인 부분이 함께 타격을 받았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절실하게 무언가를 이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올림픽 덕분에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한 무대였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는 그런 대회였습니다. 많은 경기를 치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대회를 수 없이 경험해 봤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주는 무게감은 달랐습니다. 결과도 좋았던 만큼 배울 점도 많았고 깨달은 점도 많았던 대회였습니다.

Q: 박인비에게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LPGA 대회와 다른 점이 있나요?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이 공존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올림픽은 골프라는 운동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회에서는 이런 경험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힘들었고, 부담스러웠고, 영광스러웠기에 '박인비'라는 선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2016 리우 올림픽과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실 저는 올림픽에 대해 자세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경기 순간순간은 기억이 나지만 사소하게 흘러가는 일상 같은 것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브라질의 경치에 감탄하거나, 다른 종목 구경을 갈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경기를 잘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대회 기간을 버텼고, 그 10일은 제가 지금까지 치렀던 그 어떤 대회보다도 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Q: 올림픽 금메달 이후 바뀐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골프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꼭 경험해 보고 싶은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골프가 대중들에게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골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큰 응원을 보내주십니다.

Q: 리우 올림픽 이후 한동안 우승이 뜸했는데, 본인이 분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경기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우승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퍼팅이었던 것 같습니다. 샷의 정확도가 무너지진 않았지만 한참 좋았을 때의 감각과는 달랐습니다.

Q: 현재 컨디션은 어떠신가요? 대회가 없는 와중에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골프 연습과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서 긴 시간을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현재 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면 좋은 몸상태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우선이죠.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 때 재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늘어났는데, 대회 2연패 도전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나요?

남은 1년간 잘 준비해서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 주었던 그 무대를 다시 경험하고픈 마음이 물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부담감과 책임감을 알기에, 다시 한번 그 무대에 선다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자격을 얻는다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출전할 것입니다. 어떤 선수가 나가게 되더라도 내년 올림픽은 정말 기대가 되는 무대입니다.

Q: 박인비에게 가장 인상적인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을 때입니다. 18번홀 그린 위에서 꼭 애국가를 듣고 싶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Q: 박인비 선수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요?

선수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많이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매년 성장하는 모습,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두려운 없이 해나가는 모습, 그런 제 자신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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